팔레스타인의 평화를 기원하며 2 - 이스라엘 수립 이후와 지금

김연수
발행일 2023-11-02 조회수 625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기원하며 1 -분쟁의 역사와 기원’에서 이어집니다.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기원하며 2 - 이스라엘 수립 이후와 지금

 

이선우(큐슈대학 중국철학사 석사)

전쟁의 시작

 

1948년 5월 14일, 이스라엘 건국과 국가 승인이 이루어지고 영국이 아랍 땅에서 물러나자 아랍 국가들은 바로 이스라엘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1948년 5월 16일, 이집트, 이라크, 시리아, 요르단, 레바논 5개국 연합군이 이스라엘을 공격했는데 이것이 1차 중동전쟁이다. 초반에는 이스라엘이 전력면에서 밀렸지만 이스라엘이 20일 동안 텔아비브와 예루살렘을 지켜내자 그 다음에는 미국의 지원을 받아 막강한 화력으로 중동국가들을 몰아치기 시작했다. 이렇게 1949년까지 이어진 전쟁이 바로 1차 중동전쟁이다. 1차 중동전쟁을 이스라엘 독립전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1956년에는 이집트가 수에즈 운하를 국유화했다는 이유로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이 동맹을 맺고 1957년까지 이집트에 폭격을 가했다. 이것이 수에즈 전쟁, 또는 2차 중동전쟁이라고 한다. 아랍권에서는 이를 삼국침략이라 부른다. 이 과정에서 벌어진 민간 지역에 대한 폭격, 팔레스타인 내의 스파이를 색출하겠다는 명목으로 벌어진 이스라엘의 학살은 아랍 사람들 사이에서 국수주의, 민족주의, 이슬람 극단주의를 강화시켰다. 그리고 영국과 프랑스는 이 때 미국이 자기를 도와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핵무장을 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영원히 자기 편을 들어주지 않을 수도 있다고 느꼈던 것이다.

그 이후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이 서로 바다와 공중을 서로 봉쇄하면서 신경전을 벌였다. 그러던 와중에 1967년 6월 5일, 이스라엘은 이집트를 시작으로 시리아, 이라크, 요르단, 레바논, 쿠웨이트 등에 기습 폭격을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6월 10일까지 6일 동안 아랍인 2만 명을 죽였다. 이를 3차 중동전쟁이라고도 하고 6일 전쟁이라고도 한다.

3차 중동전쟁과 그 이후 이스라엘은 이집트 영토를 빼앗았는데 이집트에서도 이를 벼르고 있다가 1973년 10월, 유대교 명절 욤키푸르에 맞춰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이를 4차 중동전쟁이라고 하고 욤키푸르 전쟁이라고도 한다. 10월 6일부터 10월 25일까지 전쟁이 벌어졌는데 이 짧은 기간에 소련은 이집트, 미국은 이스라엘을 지원하면서 대리전 양상까지 만들어졌다. 결국 UN이 중재를 하면서 전쟁이 마무리되었는데 이스라엘도 이집트도 너무나 큰 피해를 입게 되었다. 

그러면 이 전쟁이 일어날 동안 팔레스타인에선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이스라엘 국가 수립이 있기 전까지 팔레스타인 영토 안의 유대인 이주민과 비유대인 선주민 사이의 갈등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다.

원래 팔레스타인 영토 안에서 유대인들이 살던 땅은 20% 미만이었다. 그런데 이스라엘 국가 수립을 승인하면서 UN은 팔레스타인 땅의 반을 유대인에게 분할하는 결정을 내렸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자기들이 살던 곳에서 추방을 당하면서 불만과 품게 되었고,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 때 예루살렘을 공동구역으로 관리하기로 결정하면서 유대인들에게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만을 품었다. 유대인들은 UN의 결정을 무시하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만들어 나갔다.

이런 와중에 중동전쟁이 벌어지고 이스라엘 사람들이 외국과의 전쟁을 빌미로 삼아 팔레스타인 땅을 조금씩 잠식해 나갔다. 이스라엘 국가 수립부터 1차 중동 전쟁 시기에 팔레스타인 선주민들이 고향을 떠나 뿔뿔이 흩어져 난민이 되었는데 이를 나크바(대재앙)라 한다. 2023년 UN에서 처음으로 나크바의 날 행사를 진행했는데 이 때 미국은 UN 안에 반유대주의가 팽배하다며 참가를 거부했다.

(나크바 당시 피난민의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팔레스타인 선주민들이 점점 자신들의 거주지를 빼앗기자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자신들을 난민으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하며 이스라엘과 협상 혹은 투쟁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의 협상은 없음을 옛날부터 강경하게 밝혀왔고 강경함의 수위도 점점 심해졌다. 이스라엘의 강경함이 더욱 심해지자 팔레스타인 안에서도 온건한 방식이나 협상을 지지하는 입장은 점점 힘을 잃게 되었고, 팔레스타인에서는 -가끔은 같은 아랍인들 사이에서도 비난을 받을 정도의- 폭력적인 방식의 독립 운동 노선을 택하게 되었다. 그러면 이스라엘 사람들은 또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더 강경하고 폭력적인 방식을 택하는 악순환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스라엘 사람들은 자신들의 피해의식을 점점 더 키우면서 아직도 자신들이 피해를 받고 있다는 생각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

(1차 인티파다-봉기-. 1987년 10월 1일에 이스라엘 군인들이 가자 지구로 들어와 팔레스타인 사람 7명을 죽였고 며칠 후에는 이스라엘인이 팔레스타인 여학생 한 명을 이유없이 총으로 살해했는데 무죄 판결을 받았다. 12월 9일, 이스라엘 방위군 트럭이 팔레스타인 노동자 네 명을 치어 사망케 했다. 이 때 사망자들의 장례식에 1만 명 넘는 조문객이 모이면서 시위가 발생했다. 이스라엘은 시위대를 향해 사격을 실시, 17세 여학생이 사살되었다. 이때부터 1991년까지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돌과 몽둥이로 이스라엘과 싸웠다. 이를 1차 인티파다라 한다. 이스라엘인 277명, 팔레스타인인 1962명이 사망. 팔레스타인 사망자 중 300명 정도는 아동. 사진출처 BBC)

(2차 인티파다. 2000년 9월 3일, 부친과 외출 중이던 12세 소년이 이스라엘군에게 사살당하면서 그 동안의 불만이 폭발하게 되었다. 2005년까지 이어진 봉기에서 이스라엘인 1010명, 팔레스타인인 3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지금의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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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팔레스타인 선주민들이 코너에 몰려있는 가운데, 이스라엘에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등장하면서 상황은 더 심해졌다. 조금 쉽게 그리고 거칠게 말하면 네타냐후는 반-노동 성향에 극단적인 종교/민족주의 성향을 가진 사람이다. 예루살렘의 이슬람 사원에 폭도를 진압한다는 이유로 뜬금없이 무장경찰을 출동시킨다거나 팔레스타인이 홀로코스트에 관여했다는 가짜 뉴스를 퍼트리는 등의 행동으로 국내외에소 비난과 조롱을 받은 일도 많았다. 이스라엘 안에서도 그의 반-노동 성향이나 반-민주주의적 태도가 문제가 되기도 한다. 또 뻑하면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를 잡겠다는 이유로 민간인 거주지역이나 병원, 학교 같은 곳에 폭격을 가하는 것도 문제다.

그가 보여주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는 이슬람 문화권 전체를 자극하는 것이기도 하다. 안 그래도 부패와 반-민주주의적 태도로 내부에도 적이 많은데 아랍 국가에 둘러쌓인 이스라엘에서 너무 주변국들을 신경쓰지 않는 태도도 이래저래 문제가 많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네타냐후는 반-팔레스타인과 ‘안보는 보수’ 이미지로 버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2023년 10월 7일 아침, 팔레스타인의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향해 기습 공격을 시작했다. 이스라엘에서는 원래 모든 로켓 공격을 차단할 수 있는 아이언 돔을 늘 자랑해 왔는데 이번에는 무용지물이었다. 최소 2천 발 이상의 로켓이 발사되었다고 하는데 로켓 공격과 동시에 하마스는 트럭과 불도저, 패러글라이드까지 동원해서 가자지구 밖의 유대인 거주지로 밀고 들어왔다. 지금 현재 이스라엘 정부에서는 빼앗겼던 지역을 거의 다 탈환했다고 발표했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중에서도 과격파에 속한다.

지금 이스라엘의 화력으로 하마스를 몰살시키지 못할 리는 없다. 그러나 전쟁이 전면전으로 가고 상황이 악화되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희생되면 이스라엘의 이미지가 악화될 것이다. 서방세계에 러브콜을 계속 보내는 네타냐후 입장에서는 이런 이미지가 생기는 게 썩 좋은 일은 아니다.

지금 팔레스타인에서 포로로 잡은 이스라엘 사람들도 문제다. 팔레스타인에서는 150명 정도의 포로를 잡았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유 없이 구속, 구금된 팔레스타인 사람 5천 명과 포로 교환을 요구하고 있다. 네타냐후가 이 제안을 받아들일 것 같지는 않지만 사람일은 모르는 것이니.

생각보다 하마스가 계획적으로 일사분란하게 행동했다는 점에서 전면적으로 붙었을 때 이스라엘이 생각만큼 빨리 끝낼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예측도이야기되고 있다. 또 하마스가 보여주는 태도를 보면 예전에 비해 팔레스타인 사람의 희생을 딱히 아까워하지 않는다는 느낌도 든다.

이스라엘이 막상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다 죽이거나 하마스를 몰살시킨다고 해도 통신이나 전기, 가스는 커녕 수도조차 없어서 오염된 물로 생활을 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거주지역을 재건하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니다.

이스라엘이 오랜기간 전쟁을 통해 가지게 된 군사강국, 정보강국의 이미지가 깨졌다는 것도 한 가지 기록할 만한 것이다. 아이언 돔과 모사드로 대표되는 이스라엘의 군사강국 이미지와 네타냐후의 ‘안보는 보수’ 이미지가 재래식 로켓과 트럭에 의해 깨지게 되었다는 점에서, 만약 이스라엘이 이 문제를 진압하고 사태를 진정시킨다고 해도 이전의 이스라엘로 돌아갈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이래저래 이스라엘 그리고 네타냐후에게는 안 좋은 결과가 될 것이다.

(그리고 예상 외로 이번 전쟁을 통해 첨단무기나 정보에만 의존해온 최근의 군사적 경향에 대한 반성이 각국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도 이 이야기가 나올까 두렵다.)

 

 

다른 나라들의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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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유대인 셀럽들을 중심으로 해서 팔레스타인을 비난하는 말을 쏟아내는 분위기인데 미국 외의 지역에서는 이런 미국 셀럽들을 비난하는 분위기가 강한 것 같다. 미국 정부에서는 일단 무기는 지원하지만 군대를 파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 부분은 조금 더 지켜봐야 될 것 같다. 미국 국내의 정치, 경제 사정이 지금 썩 좋지도 않거니와 미국과 이란,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가 복잡하게 돌아가는 걸 생각하면 미국도 지금의 사태가 썩 반갑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미국이 참전을 할 경우, 혹은 미국의 무기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을 학살할 경우, 아랍 여러 국가들이 대놓고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해 반대 행동 같은 것은 안 하겠지만 미국에 대해 반감을 가지게 될 것은 분명하다. 전쟁이 확대되는 것이 전세계적으로 결코 좋은 일도 아니고 미국도 전쟁에 참여하는 것도 이래저래 실리적으로 그리 좋은 결정이 아닐 게 분명하지만 사람일은 또 모르는 것이니.

이란이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 여러 국가들의 경우, 팔레스타인 편을 든다고는 예전부터 말해왔지만 팔레스타인 문제에는 별로 참견을 안 하는 분위기다. 만약 같은 이슬람 문화권이니 팔레스타인을 돕겠다고 했다면 애초에 문제가 이렇게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석유를 비롯한 자원의 가격이 계속 불안정했기 때문에 중동의 여러 나라들은 각자 자기 나라의 경제 살리기, 미래 경제 계획에 집중하는 분위기이고, 딱히 다른 나라 문제에 참여하고 싶어하지 않는 분위기가 강하다.

물론 사람이 하는 일이니 갑자기 제5차 중동전쟁이 일어난다고 한들 이상할 게 있겠냐 싶을 수도 있고, 수니파니 시아파니 이야기하며 옛 이슬람 이야기까지 꺼내오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랍 여러 국가들은 각자 자기 나라의 경제 살리기, 미래 계획 세우기에 몰두하고 있고, 숙적이라고 하는 이집토도 오랜 시간을 두고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하고 있는 지금, 하마스의 군사행동을 아랍 국가들이 과연 반길까 싶은 느낌이 든다.

미국도, 사우디 아라비아도, 이집트도, 이란도, 지금의 사태를 썩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한국 입장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이 문제가 미국-이스라엘을 두고 전세계가 찬반으로 갈려 진영이 만들어지는 상황으로 가는 것이다. 차라리 이럴 때는 인도주의라는 원칙을 천명하고, 비록 하마스가 먼저 공격해서 벌어진 사태이긴 하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그동안 겪어온 차별과 억압을 이야기한다면 어떨까 싶은 생각도 든다. 외교관계가 비정하다고는 하지만 의외로 원칙을 명확히 세우고 그것을 계속 고수하면 그것이 통하는 곳이기도 하다. 끊임없는 정세 파악과 기민한 대처도 중요하지만 한국의 외교는 원칙이나 중요하게 지키는 가치가 없다는 게 제일 큰 문제다.

이제 와서 가치를 따지기가 뭣하다면 전쟁에 대한 입장표명이라도 좀 천천히 하는게 좋을 것 같은데 한국 외교부는 이미 팔레스타인에 대한 규탄 입장을 밝혔다(민중의소리.2023.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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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에서 새로 국방부 장관이 된 신원식은 힘에 의한 평화를 운운하고 있다. 압도적인 힘을 가져야 평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초강대국 미국도 온전한 평화를 이루지 못하는데 한국이 어떻게 압도적인 힘을 가진다는 것인지 의문이지만, 애초에 압도적인 힘에 의한 평화라는 게 얼마나 우스운 것인지 이번 이스라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평화는 힘으로 되는 게 아니다. (한국의 중년 남자들은 삼국지 같은 걸 좀 끊어야 한다.)

한국에서는 언제부터인가 합법적인 시위, 비폭력 투쟁 같은 것들이 굉장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온실 속의 화초 같이 자란 도련님들이나 할 생각이다. 협상 기회조차 박탈당한 약자에게 평화적인 비폭력 투쟁은 사치일 수 있다. 너무 과격하고 잔인한 방식이라는 말은 할 수 있어도 하마스가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친 이스라엘 세력에서 하마스가 이스라엘 유아들을 참수했다는 가짜 뉴스를 퍼트릴 동안 우리가 외면해온 팔레스타인의 어린이들, 지난 10년 동안 사망한 2천 명 넘는 팔레스타인의 유아들은 무엇이 되는가? 2천 년 전에 자기 조상들이 살았다는 이유로 원래 살던 사람을 추방하고 죽이는 것을 외면해온 사람들이 이 일에 대해 왈가왈부할 자격이 있을까? 처절한 슬픔을 뒷전에 두고 방식이 잔인하고 과격하니 잘못되었다고 비판하는 것은 얼마나 알량한가! 협상을 거부당한 후 모든 것을 차단당하고 포위당해 생존 조차 겨우 하는 사람들에게 함부로 평화적인 방식을 운운하는 것은 얼마나 우스운가!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불러온다는 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그 동안 왜 이스라엘에는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는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미국과 유럽 백인들이 중재해줘야만 평화로울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들의 투쟁 자체를 비난하거나 섣부른 양비론을 들이미는 태도는 배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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