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한 대화] 10년 넘은 청년 정치, 어떻게 볼 것인가?(대화 전문)

손우정
발행일 2023.12.11. 조회수 1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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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정치 10년, 과제와 방향

* 대담 : 2023년 12월 5일(화)

* 참석

- 장하나(19대 국회의원. 정치하는엄마들 사무국장)

- 박혜민(뉴웨이즈 대표)

- 김설(청년유니온 위원장)

- 이주형(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

* 진행 및 기록 : 대담한 대화

* 사진 : 정보영

 

 

- 어려운 주제의 자리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하고 반갑다. 우선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장하나(19대 청년 국회의원) “19대 총선에서 청년 몫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지금은 ‘정치하는 엄마들’이라는 단체에서 사무국장을 하고 있고 제주도에서 9살 딸을 키우는 엄마로 살고 있다.”

 

박혜민(뉴웨이즈 대표) “젊치인(젊은 정치인)의 도전과 성장을 돕는 에이전시인 뉴웨이즈라는 단체에서 대표를 맡고 있다. 젊은 정치인 성장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김설(청년유니온 위원장) “청년세대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 위원장이다. 청년세대의 노동권을 비롯한 삶의 권리를 높여내기 위한 다양한 고민과 활동을 한다.“

 

이주형(전청넷 대표)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이하 ‘전청넷’) 대표를 맡고 있다. 전청넷은 지역청년의 협력과 제도개선으로 청년 문제를 해결하려는 단체다. 최근에는 청년 정치 제도를 고민하고 있다.”

 

“하나회의 보상시스템, 86세대도 되풀이”

 

- 이제 내년이면 22대 총선이 열린다. ‘청년 후보’라는 타이틀이 2012년 총선부터 시작되었는데, 이번에는 청년 의원에 대한 관심이 확연히 떨어진 것 같다. 간단하게 총평을 듣고 싶은데, 초기 청년 의원 역할을 했던 장하나 전 의원님부터 화두를 꺼내주면 좋을 것 같다.

장하나 “전 의원이라고 안 불렀으면 좋겠다.(웃음) 사실 청년 정치인은 아주 예전부터 있었다. 그런데 이른바 ‘86세대’(80년대 대학을 다닌 60년대생) 이후로 청년 정치인이 사라진 게 문제다. 386이 486, 586이 되면서 다음 세대 정치인을 키워내지 못했다. 자신들이 정치적 주도권을 계속 잡으면서 이후 세대를 등장시켜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못한 것 같다. 선거가 다가오면 자기들끼리 ‘누구 (의원) 못 하고 있지?’, ‘이번에는 누구에게 (당선될 수 있도록) 힘을 몰아주자’라는 식으로 예전 학생운동 동지들을 밀어줬던 것 아닌가?

자기들 안에서는 이런 풍토를 나쁜 것이 아니라 사람을 챙기는 미덕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청년 정치를 평가하려면 먼저 이들 세대의 이런 점을 평가하고 비판해야 하는데, 공식적으로 제기된 적은 별로 없다. 사실 2012년 청년 후보가 필요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86세대가 아니라 그 이전 세대 정치인들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김설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까 최근에 본 ‘서울의 봄’이 생각난다. 하나회가 전두환의 개인 사조직이었다. 이걸 토대로 군부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보상시스템이 작동했다. 성과에 따라 사조직 네트워크를 따라 보상을 주는. 이런 것에 저항했던 반독재 민주화 운동 세대는 자신들이 내세웠던 의제나 윤리적 정당성은 옳았다고 주장할 수는 있다. 그런데 소위 ‘민주화’ 이후에는 하나회와 유사한 보상시스템이 라인 정치, 하마평 같은 이름으로 유사하게 작동한 것이 아닌가? 이게 86세대 정치의 가장 큰 한계다.

2012년에 청년 정치가 본격 등장했는데, 이것이 그런 풍토를 극복하거나 깨는 실험이었을까? 나는 그때 20대 초반으로 처음 투표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BB크림 좀 바르는 것 이상으로 뭘 하지는 못한 것 같다.”

 

장하나 “BB크림은 무슨. 아무것도 커버하지 못했다. 그냥 물 바른 거였다.”

 

김설 “BB크림 정도는 한 것 같은데.(웃음) 어쨌든 청년 정치에 대한 조소와 조롱의 의미를 담은 평가들이 있었다. 청년이 정치를 하는 것과 청년이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정치를 통해 해결하려는 것 사이에 격차가 있었다. 청년 정치세력화가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청년 정치는 기성 정치가 양보한 것, 배려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산업화 세력의 서사와 민주화 세대의 서사 이후에 청년 정치가 만든 서사는 19대 때 장하나, 김광진(19대 국회의 39세 미만 국회의원은 총 9명이다-기자말), 그리고 그 이후에 16명(20대 3명, 21대 13명) 정도되는 청년 의원의 경험 외에 무엇을 남겼는지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장하나 “하나회는 쿠데타에 가담하고 권력을 나눠 가진 것인데, 86세대는 자기 스스로 권력을 창출하지 않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주위의 반대와 정치적 부담에도 86세대를 영입했는데, 막상 86세대는 그러지 않았다.”

 

“청년 정치, 단순하게 정의할 수 없어”

 

이주형 “요즘 청년 정치 10년에 대해 많은 논의가 오고 가고 있는데, 사실 나눠보면 두 가지 기점이 있었다. 첫째는 청년 문제가 본격화하면서 2012년 총선에서 시도된 청년 국회의원이다. 두 번째는 청년유니온이나 민달팽이 유니온 등 청년들이 스스로 자기 문제를 해결하려고 여러 운동과 단체를 만든 것이다.

그런데 청년 정치를 평가하면서 두 번째 기점은 잘 논의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마치 청년 정치를 기성정당이 만든 것처럼 평가되고 있다. 청년 정치는 단순히 정당 중심으로 평가할 수 없다. 시민 운동의 역사에서 청년 정치가 만들어진 맥락을 봐야 한다. 청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실천할 것이냐의 갈증이 청년 정치가 나온 진짜 배경이다. 이 부분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김설 “맞는 말이다. 사실 청년 정치는 청년들이 권력을 획득했다기보다 기성정당으로부터 ‘주어졌다’, ‘배려되었다’고 평가된다. 이런 평가로는 청년 세력화가 되지 못한 조건에서 능력 있는 개인들이 국회에 진출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정당 내에 육성 시스템이 없는 것도 문제다. 청년 정치인들이 당내에서 자기 훈련이 되고 숙련이 되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게 없으니까 외부에서 수혈해서 전시하는 것처럼 청년 정치를 활용하고 있다. 물론 기성정치가 청년 정치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지 못한 것은 청년들이 자기 성찰해야 한다.”

 

장하나 “국회의원 300명 중에 청년 의원이라고는 두어 명 밖에 안 되는데 어떻게 다 바꾸나? 당 전체가 움직이면 모를까. ‘청년 의원이 청년을 대변했냐’는 질문을 하려면 ‘중년 의원은 평균 중년을 대변했냐’는 질문도 함께해야 한다. 사실 청년 문제를 세대 문제로 보지만 잘 살펴보면 계급 문제다. 중년도 마찬가지고. 사회적으로 중·장년을 기득권을 보지만 21대 국회의원 평균 재산이 27억 5천만 원이었다. 올해 신고액을 찾아보니까 34억 8천만 원이더라. 3년 동안 7억 3천만 원이 늘어난 거다. 평균적인 사람들이 아니다. 나도 돈이 있었으면 재선을 고려했겠지만, 돈이 없으면 재선에 나가기 힘든 구조다.”

 

박혜민 “청년 문제를 세대론으로도 볼 수 있고 계층론으로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주목하는 건 의사 결정권자의 다양성을 위해 사회적 보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양성은 사회 갈등 해결과 문제 해결 차원에 꼭 필요한 요소이다. 특정한 대상만 계속해서 의사결정에 참여한다면 의도적으로 보정해야 하는데, 지금 정당들은 청년 정치인을 그냥 ‘청년’의 범주 묶어 놓는데 머물고 있다. 청년을 청년 범주에만 묶어 놓고 청년 답게 정치하고 있는지, 없는지, 청년 정치란 무엇인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면 정작 정당이 새로운 정치인을 육성하기 위한 시스템이 없다는 사실은 제대로 논의되거나 고민되지 않는다.된다. 그냥 개인이나 집단이 제대로하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끝난다.”

 

- 사실 청년 정치는 보통 생물학적 청년 세대의 정치를 말하지만, 이렇게 단순하게 설명하기에는 매우 복잡한 문제가 있다. 청년 정치를 평가하기 전에 개념 정리부터 필요할 것 같다. 뭐가 청년 정치인가?

이주형 “청년 정치에 대해서는 3개의 층이 있는 것 같다. 첫째는 청년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려는 것이다. 이건 생물학적 청년일 필요는 없다. 버니 샌더스도 나이는 많지만 청년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았나? 둘째는 생물학적 청년이 당사자성을 가지고 활동하는 경우다. 세 번째는 민주화 이후 새로운 세계관을 교체하는 정치도 청년 정치다.

이런 복잡성을 가지고 청년 정치를 봐야 한다. 청년이 국회에 들어갔다고 청년 문제를 해결했냐는 질문은 잘못된 것이다. 지금 현실은 국회에 청년 한 명이 들어가면 청년 문제를 다 책임지게 한다. 옴팡 뒤집어 쓰는 것이다. 그래서 청년 의원이 되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청년 정치에만 집중하거나 청년 정치를 버리거나. 19대부터 21대까지 국회의원이 900명인데 청년 의원은 다 꼽아봐야 25명이다. 청년 정치인에 대한 과도한 요구가 오히려 청년 정치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고, 현장과 소통도 가로막혔다.”

 

박혜민 “말씀처럼 청년 정치는 다양하게 해석될 수밖에 없는데 설명할 기회가 별로 없다. 복잡하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데 단순한 답을 원한다. 애초에 평가와 판단을 위한 질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핵심은 어떤 의미로 정의하건 간에 두 명, 세 명으로는 청년 세대를 대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당사자성을 가지고 꼭 청년 문제만 해결하지 않더라도 살아온 시대적 경험에 따른 경험과 우선순위가 있다.  국회의원보다 지방의원에 청년 의원이 많다. 청년 혼자 의회에 들어가면 많은 문제를 이해시키고 설명하는데 시간이 다 간다고 한다. 우리는 경험해서 당연히 알고 있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왜 중요한지 중장년 의원들에게 설득하는 거다. 예를 들면 왜 청년이 결혼을 안 하려고 하는지 이해시키는데 시간을 다 뺏긴다. 이렇다 보니 청년 의원들은 당이 달라도 청년 3명만 있으면 훨씬 더 잘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준석, 외환위기 이후 청년들의 정서 대변하고 있어”

 

- 청년 정치에는 다양하고 복잡한 맥락이 있는데, 과도하게 단순화해 이야기되면서 평가가 쉽지 않아 지는 것 같다. 그렇다면 현재의 이슈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눠볼까?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신당 창당에 나서고 있다. 이준석 대표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있을 수 있지만, 청년 정치인으로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개척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어떻게 보고 있나?

장하나 “(국회에도) 세대교체가 필요하니까 청년 정치인의 파이를 늘리는 것은 맞다. 그렇지만 어떤 청년이어야 하는지를 논의해야 한다. 내가 청소년에서 청년기로 넘어갈 때, 그러니까 1997년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택시 운전하는 아버지가 4인 가족을 부양할 수 있었다. 지금은 노동의 가치가 개똥보다 못한 시대다. 능력주의를 기반으로 한 무한 경쟁 시대다. 다른 선택지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정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준석 같은 정치인은 그런 선택지를 보여주기 힘들다. 경쟁이 공정해야 한다고 말할 뿐, 말도 안 되는 경쟁 자체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김설 “그 의견에 80%는 동의하지만 20%는 물음표다. 우리는 외환위기 이후의 세계관 속에서 살아온 세대다. 나의 노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어떤 종류의 사회안전망도 누릴 수 없다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학습된 세대다. 그런 점에서 이준석 전 대표는 정말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정서를 잘 포착해서 대변한다. 내가 매력을 느끼는 점은 그가 세계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0년대 후반 들어 정치가 극단적으로 분열되어 있다. 혐오를 양산하는 팬덤 정치, 극성 지지자로부터 국민의힘을 떼어내기 위한 노력에서 이준석 전 대표가 큰 역할을 했다. 민주당은 실패한 것 같고.

얼마 전 이준석 전 대표의 강연을 유투브로 봤는데, ‘산업화 세대, 민주화 세대에 이은 우리 세대를 반값 등록금 세대라고 하기에는 민망하지 않나? 지금 세대의 특성은 다원화되어서 하나로 묶어 내기에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노동이나 죄수 인권 등 전통적인 진보 의제도 이야기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반페미니즘, 혐오를 가장 똑똑하게 구현했던 사람이지만 어떻게 정치적 포지셔닝을 해야 하는 지 잘 아는 사람이다.”

 

장하나 “나는 김설 위원장 같은 사람이 새로운 세계관을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준석 전 대표는 (우리가 넘어서야 할) 능력주의의 전형이다. 대다수 사람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거지, 듣고 싶은 사람이 없는 이야기는 안 한다.”

 

김설 “운동과 정치는 다르다. 이준석 전 대표의 세계관에 동의한다는 것이 아니라, 이런 시도들이 우리에게 일종의 파트너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청년 정치 10년 동안 답답했던 어떤 것이 이준석 전 대표의 입으로 쏟아져 나오는 게 있다. 우리에게는 이런 점이 긴장감을 준다. 여기에서 안주하면 안 된다는.”

 

박혜민 “내가 눈여겨보는 점은 당내 기득권을 상대로 싸웠다는 점이다. 기성정치와 계속 대립각을 만든다. 사람들이 응원한 지점도 거기에 있다. 이준석 전 대표가 진화하고 있다고 느낀 건, 다원화되고 있는 사회의 민감성을 포착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어떤 혐오를 하고 있다고 단정하지 말고 공론장에서 이야기해 보자’고 말하고 있다. 이 말이 진심이라면 이전에 당 대표 시절과 태도와 달라졌다고 느낀다. 다원성을 존중하는 공론장을 만들겠다고 하니, 이 말 자체에 동의할 수 없는 사람이 있을까. ”

 

장하나 “이준석 전 대표는 정치 평론하면서 알려졌다. 미디어와 유튜브에서 하는 말과 실제 행동은 다를 수 있다. 우리가 단순히 말을 가지고 평가하면 안 되는데, 막상 사람들은 말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준석 전 대표가 그동안 한 행동이 있는데, 이제 다원화 이야기하고 토론하자고 한다고 믿을 수 있나?”

 

박혜민 “국민의힘만이 아니라 정의당과 민주당 안에도 기득권이 있다. 그렇지만 부딪혀 보려는 시도가 없었거나 부딪혀도 번번이 좌절했다. 성공적 장면으로 드러난 것은 이준석뿐이다. 다원화된 사회에서는 사람들에게 들릴 수 있는 언어로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준석은 들리게 말한다. 결국 들리는 말과 들리지 않는 말이 싸우는 형국이 되는 것이다. ”

 

이주형 “개인적으로 그의 세계관에 하나도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가 세계관 교체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논의가 과잉된 측면도 있다. 언론에서는 이준석을 중심으로 청년 정치를 소비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의 청년은 하나의 목소리가 아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나 이대남(20대 남성), 자산관리 논쟁 등에서 청년 사이에도 입장이 갈리고 대립한다. 청년들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한국 사회가 받아들이지 못하니까 이준석을 청년 정치의 상징처럼 말하는 것이다.”

 

- 이준석이 지금의 청년 정치를 대표하는 것처럼 다루는 것은 민주당이나 진보정당의 청년 정치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거나 부재하기 때문인 것 같다. 사실 이 정당들이 청년 정치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것 같은데, 왜 이준석 같은 청년 정치인이 성장하지는 못했나?

장하나 “청년 정치의 측면에서만 보면, (이준석 전 대표의) 대항마가 없는 건 맞다. 질투라기보다, 이준석 전 대표처럼 선택하기 어려운 조건이 있다. 반기득권은 정말 좋은 키워드지만, 민주당의 청년 정치는 힘을 갖기 어려운 구조다. 당 안에서 청년 정치인이 성장하려면 당내 기득권에 대항하는 것이 아니라 잘 보여야 하니까. 내가 (2012년에 국회의원으로) 당선될 수 있었던 것도 심사위원이 모두 외부 인사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나마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었고 당선까지 될 수 있었다.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절대 국회의원은 될 수 없었을 거다.”

 

김설 “건강한 정당 문화와 정치질서는 (정당 외부가 아니라) 정당 안에서 만들어지는 게 맞다. 정당 안에서 교육받고 성장하면서 직업 정치인으로서의 자기 소명을 가진 사람들이 정치를 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정치나 정당을 때 묻은 적폐라고 생각하니까 오히려 정당 정치가 발전하지 못하고, 자꾸 정당 밖에서 정치엘리트를 찾게 된다. 어쩌면 2012년부터 민주당이 청년 후보를 뽑은 것도 잘못된 신호일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청년 할당도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이주형 “민주당에도 청년 정치인이 있지만, 이준석 전 대표보다 권력자원이 없으니까 마이크 격차가 있다. 더 큰 문제는 민주당에 (이준석의) 능력주의에 대응하는 정치적 담론이 있냐는 것이다. 어떻게 정치를, 청년 정치를 재구성할 것인가에 대한 뚜렷한 답이 없다.”

 

박혜민 “청년 정치인보다 정당에 책임을 묻고 싶다. 청년 정치가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다. 이전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는 채로 매번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  자기 언어를 가지고 지역이나 의제 중심으로 문제 해결 능력을 쌓아가는 사람, 이 과정에서 지지 기반을 쌓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정당 밖에서 성장 시스템을 만들고 있지만 언제나 정당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

 

- 10년 동안 그런 인재상조차 정립하지 못한 것이 우리의 현실인 것 같다. 당장 내년에 22대 총선이 열리지만, 청년 정치에 대한 기대도 확연히 준 것이 현실이다. 여전히 우리에게 청년 정치가 필요한가? 청년들이 주도할 수 있을까?

박혜민 “내년 총선은 청년들이 움직이는 것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거대양당의 공천은 체계적이지도 않고 투명하지도, 개방적이지도 않은 채로 특정 세력의 인사로 결정될 거란 예상을 크게 뒤집지 못하고 있다. 선거 제도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 신인이 결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더 나은 정치의 가능성을 믿고 도전하는 청년 정치인들이 있고 유권자들이 더 믿고 주목한다면 더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거라 믿는다.”

 

- 청년 할당제가 여전히 필요하다고 보는가?

박혜민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성장 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 의사 결정권자의 다양성을 보정하기 위해서라면 할당제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조치가 된 환경이라면 필요하지 않을 거다. . 파편적인 제도로만 논쟁할 것이 아니라 정당에서 새로운 청년 정치인을 어떻게 키워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질문을 바꿔야 중점 과제가 바뀐다고 생각한다." 

 

장하나 “정당 내에서 청년 정치인을 육성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이야기하는데, 솔직히 지금 민주당이 새로운 정치인을 육성할 만한 곳인가? 지금 민주당의 수준이나 능력, 실력은 누굴 키워서는 안 되는 상황이다. 사실 지금까지도 민주당 내에서 성장한 사람은 별로 없다. 다 외부에서 활동하다가 들어온 사람들이다. 오히려 정당 밖에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는 청년들이 비례대표로 현실정치에 많이 참여하는 게 현실적이다. 다만 자기 사람 늘리는 방식이 되지 않으려면 정당 계파 간섭을 받지 않는 외부 인사들이 공천 심사를 맡아야 한다.”

 

이주형 “밖에서 들어오건, 내부에서 육성하건 여전히 청년 정치인이 많이 당선되는 게 중요하다. (19대부터 21대까지) 국회의원 900명 중에 청년이라고는 25명 만들어 놓고, 청년 정치인에게 너무 많은 걸 요구했던 것 아닌가? 세대의 과소 대표성부터 넘어서야 한다. 서로 생각이 다르고, 소속 정당이 다르더라도 청년들이 국회에 많이 들어가서 싸웠으면 좋겠다.”

 

- 청년 정치 10년을 한 마디로 평가하기도, 과제를 제시하기도 너무 어려운 것 같다. 하나의 세대는 사실 하나일 수 없다는 자명한 사실 때문이다. 다만 청년 정치에 어떤 질문이 필요하다 정도는 이야기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김설 “얼마 전에 한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정치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너무 많은데, 어떤 정치를 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은 너무 없는 것 같다’고. 몇 달 전 이야기인데 아직도 머릿속에 깊게 남아 있다. 이 공동체에 필요한 질문과 정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응답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이런 질문과 다양한 응답이 오고 가는 공론장이 필요하다.”

 

이주형 “요즘은 자기 생각을 제시하기보다 모두가 플랫폼만 자임한다. 그런 걸 보면 ‘저들은 왜 정치를 하지?’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청년 정치도 이런 근본적 질문에 자기 생각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박혜민 “청년 정치가 이벤트가 아니라 시스템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문제를 반복할 뿐이다. 지금 당장 시스템을 고민하고 쌓아가지 않으면 내년, 그 이후의 선거도 여전히 청년 정치는 이벤트일 거다. 정치인의 성장 경로가 바뀌어야 의사결정방식도 바뀐다. 지금처럼 새로운 정치인이 성장하려면 당내 권력에 잘 보여야 할 수밖에 없는 현실로는 안 된다. 당내 권력이 아니라 유권자와 정치인을 연결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그래야 유권자의 눈치를 보는 정치가 나온다. ”

 

김설 “정당의 역할이 필요할 것 같다. 정당 정치가 공학적으로 변모하면서 공동체 문제에 제대로 응답하지 않는다. 막연하게 김대중 같은 정치, 이명박 같은 정치를 이야기하면 소통이 어렵다. 좀 허무맹랑하고 추상적이라도 지방소멸, 미래의 지속가능성 같은 자기 소명을 이야기하는 청년 정치가 필요하다. 청년 의원 할당이나 의원 육성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자기 소명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공론장으로 작동하는 선거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의 사전 발표문을 읽고 싶으시면 첨부 파일을 다운로드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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