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주민 관점에서 돌아보는 이스라엘-하마스 갈등

김연수
발행일 2023-11-09 조회수 816

팔레스타인 주민 관점에서 돌아보는 이스라엘-하마스 갈등

 

이동화(사단법인 아디 이사)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시작된 지 한 달이 흘렀다. 중동지역 언론인 알자지라 발표(11월6일 기준)에 따르면 이스라엘 사망자 1,400명,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9,922명에 이른다고 한다. 특히 가자지구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사망자의 대부분이 가자지구에서 발생했고 희생자 중 아동과 여성의 비율이  60% 이상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하여 가자지구 건물의 25~45%가량이 파괴됐고 주민들은 하루에 빵 2조각으로 버티고 마실 물이 부족해 염분이 있는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최악의 인도주의 재앙에 직면한 현 사태를 막기 위해 전 세계적인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90개 단체가 모여 이스라엘의 공습을 규탄하고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국제사회의 공습 중단과 휴전 요청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정부의 태도는 단호하다.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는 “휴전은 곧 하마스에 대한 굴복이고 지상작전이 인질 구출의 유일한 길”이라고 공언하며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스라엘 국방장관 요아브 갈라트 역시 “전쟁이 끝나면 하마스는 더 이상 가자지구에,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하며 “만일 가자지구의 주민들이 그에게 먼저 도달한다면, 전쟁이 단축될 것”이라고 언급하였고, 가자지구 주민들이 하마스의 지도부를 제거하기 위해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또한 이 비극의 중요한 역할자인 미국은 가자지구에서 급증하는 민간인의 피해가 하마스의 인간방패 전술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하마스 게이트(?)

이스라엘과 미국의 입장을 정리하면 이번 전쟁의 시작은 하마스에 있고 종착역 역시 하마스 제거에 있을 것이다. 또한 그동안 팔레스타인에 온정적인 시선을 두었던 많은 국제사회 역시 10월 7일 하마스가 일으킨 민간인에 대한 무참한 테러와 살해, 납치에 대해서 큰 충격을 받았고 용납할 수 없는 사건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10월 7일 이후 이어지는 이스라엘의 공습과 지상군에 의한 공격, 전기와 물, 식량과 의약품을 막아버리는 반인도적 행위에 대해 크게 우려하며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고 있다. 가자지구의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하마스 원죄+원흉론’은 많은 사람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다.  또한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군사공격을 정당화하기 위해 때로는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주민을 분리(주민대피 명령 등) 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주민을 동일시(전기, 물, 식량, 의약품, 연료 차단)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인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나크바(Nakba)와 나크사(Naksa) 

이 사태를 처음 접한 분들에게는 10월 7일이 시작이겠지만 팔레스타인 주민들 입장에서는 1948년 5월 14일 이스라엘 건국이 분쟁의 시작이다. 1945년경 토착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소유한 팔레스타인 영토는 87.5%이고 유대인은 6.6%를 소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1947년 유엔이 제시한 분할안은 유대 국가에 56.47%, 아랍 국가에 42.88%, 예루살렘은 국제 관할 지역으로 0.65%를 할당하였다. 이후 이스라엘 건국과 함께 시작된 제1차 중동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승리하여 전체 영토의 78%를 차지하게 됐다. 그 결과 75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난민이 되어 삶의 터전을 잃게 되었다. 그들은 이스라엘 건국일을 ‘나크바(대재앙)’라고 칭하고, 아직까지도 현 이스라엘 지역을 ‘1948년 영토’로 부르며 빼앗긴 영토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1967년 6월, 3차 중동전쟁으로 인해 현재의 서안지구와 가자지구, 동예루살렘이 모두 이스라엘에 의해 점령당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때를 나크사(Naksa, 패배 또는 악화)라고 부르며 또 하나의 커다란 재앙으로 기억한다. 나크바 때 78%의 영토를, 나크사를 통해 나머지 22%의 영토마저 빼앗긴 것이다. 또한 팔레스타인 난민 30만 명이 추가로 발생했다.

나크바에 의해 이주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 / Benny Morris의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의 탄생] 커버 사진, 케임브리지 대학 출판부 1989.

 

팔레스타인 난민

유엔에서 팔레스타인 난민을 담당하는 기구인 UNRWA(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기구)의 발표에 따르면 1차 중동전쟁 이후 75만 명이었던 팔레스타인 난민은 오늘날 590만 명으로 늘었다(UNRWA 등록 기준). 또한 최근까지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가자지구, 동예루살렘에 약 160만 명의 난민들이 캠프 내 외곽에서 살고 있다. UNRWA 2022년 10월 보고서에 따르면 가자지구 난민캠프의 81%는 국가 빈곤선(National Poverty Line) 아래의 삶을 살고 있고 60%의 가족이 친척으로부터 식량을 빌리거나 도움을 요구하고 있다. 16세 이상 여성의 4%만이 고용되었고 9%가 구직 중이며 나머지 87%는 무직이거나 구직을 포기했다. 16세 이상의 남성은 29%만이 고용되었고, 29%가 구직 중이며, 나머지 42%가 무직이다. 

 70년 이상 세대와 세대를 걸쳐 난민캠프에서 살고 있는 이들의 현실은 열악하고 극단적이다. 특히 2차 인티파다(2000~2005년) 이후 캠프에서 태어난 팔레스타인 젊은 세대들에게 삶은 시작부터 감옥이었다. 이들에게 난민캠프에서의 삶은 공습과 공격이 반복되는 죽음과 절망의 삶이었다. 캠프의 많은 젊은 세대들은 각자가 선호하는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에 가입하여 이스라엘 점령에 대한 저항 운동에 참여하였고, 이스라엘은 이들을 체포하고 제거하기 위한 공습과 공격을 반복했다. 그리고 난민캠프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 전역에서 이스라엘에 의해 희생된 이들은 ‘순교자(Martyr)’로 추앙받는다. 실제 팔레스타인 어디를 가나 순교자를 기리는 포스터를 쉽게 확인할 수 있고, 피해 가족은 주변으로부터 존경을 받게 된다.

분리장벽과 정착촌

2002년 2차 인티파다 이후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동예루살렘에 설치된 총 길이 713km의 10미터 높이에 달하는 콘크리트 분리장벽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이동을 철저하게 막고 팔레스타인 마을을 두동강내며 주민들의 삶을 고립시켰다. 이 분리장벽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이스라엘이 발부한 허가증이 있어야 하고, 허가증이 없으면 이동은 불가능하다. 또한 장벽 사이사이에 위치한 이스라엘군의 감시탑과 검문소, 상시 주둔하는 이스라엘 군대의 존재는 주민들에게 상시적 위협과 공포감을 심어 주었다.  

또한, 가자지구가 2007년 이후 이스라엘에 의해 완벽하게 봉쇄됐다면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점령지역인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은 이스라엘 불법정착촌으로 인해 야금야금 영토가 잠식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국제사법재판소와 유엔인권기구는 이스라엘 정착촌을 불법으로 규정하였지만, 이스라엘은 전혀 개의치 않고 1967년 이후 지금까지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에 정착촌을 확대해왔다. 이러한  불법정착촌은 팔레스타인 전체 주민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폭력 중 하나이다. 이스라엘에 의한 군사공격이 2008년 이후 반복되고는 있지만 시작과 끝이 분명한 반면, 정착촌은 자신들의 마을 인근에서 계속 크기를 확장해 나가는 암세포와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정착촌이 신규 건설되거나 확장되면 주변에 위치한 팔레스타인 토지는 필연적으로 몰수되고 거주민은 추방당하게 된다. 이에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힘을 모아 집회 및 시위를 진행하지만 이스라엘 군의 진압에 막혀 정착촌의 건설을 막지 못하고 있다. 서안지구 나블루스 인근의 쿠파 카둠(Kufr Qaddum) 마을은 2011년부터 십년 이상 매주 금요일에 정착촌 반대 집회를 진행하고 있지만 수십 명의 마을 주민이 부상당하고 수백 명이 체포되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쿠파 카둠 마을의 정착촌 반대 집회에 참여한 주민과 이스라엘 군인들 / Mohamad Torokman/Reuters

 

4차례의 가자 침공

이번 전쟁 이전에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은 공식적으로 4차례 반복됐다. 2008년 12월 27일부터 2009년 1월 18일까지 3주간 이어진 첫 번째 가자전쟁은 이스라엘 측 사망자 13명, 가자지구 사망자 약 1400명을 기록했다. 이후 2012년 11월 이스라엘이 하마스 최고사령관을 암살한 것을 계기로 하마스 측에서 로켓 보복 공격을 하자 이스라엘이 다시 가자지구를 공습하여 제2차 가자전쟁이 발발했다. 이 전쟁 동안 팔레스타인 측 167명과 이스라엘 측 4명이 사망했다. 그리고 2014년 6월 이스라엘 소년 3명이 서안지구에서 살해되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를 동시에 공격했다. 이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측 2251명이 사망했고, 이스라엘 측 72명이 사망했다. 마지막으로 2021년 5월 예루살렘에서 이스라엘 군과 경찰이 팔레스타인 시위대를 공격하자 하마스는 이스라엘 측에 로켓을 발사했고 이스라엘은 또다시 가자지구를 폭격했다. 이 공격으로 가자지구 주민 232명이 사망했고, 이스라엘 측도 12명이 사망했다. 

단순히 사망자 수만 비교하면 이스라엘 측 1명이 사망했을 때 팔레스타인은 약 40명이 사망하는 셈이다. 여기에 부상자와 폭격으로 인한 재산 피해 등을 더하면 양측 간 피해 규모는 크게 차이가 난다. 국제인도법은 민간인에 대한 고의적 공격을 금지하고 기대되는 군사적 이익보다 민간인 희생이 과도한 공격은 금지하지만 현실에서는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

 

귀환을 위한 대행진(Great March of Return) 

2018년 3월부터 19개월 동안 이스라엘 봉쇄 철회와 난민 귀환권 보장을 요구하며 가자지구에서 진행된 귀환 대행진(Great March of Return) 시위는 가자지구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충격적 기억으로 남아 있다. 다수의 참석자들이 비무장 비폭력 방식으로 시위에 참석했지만 이스라엘 군은 최루탄과 고무총탄, 실탄을 발사하며 시위를 진압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발표에 따르면 아동 46명을 포함하여 214명이 사망했고, 36,100명이 부상당했다. 이중 아동은 8,800명이다. 보다 충격적인 사실은 전체 부상자 중 22%(8천명이상)이 실탄에 의한 부상이고 실탄 부상 중 88%(약 7천명 이상)이 손과 발에 부상을 당한 것이다. 이는 이스라엘 저격수에 의한 조준 사격임을 의미한다. 당시 가자지구에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던 국경없는의사회는 이스라엘 총격으로 중상을 입은 수많은 환자들은 대부분 다리 부상 환자이고 온전한 치료가 필요함에도 가자지구의 의료 서비스 붕괴로 인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체 인구 200만 명 중 36,100명이 부상당했던 비폭력 저항운동의 결과는 지켜봤던 국제사회에도 큰 충격을 주었지만, 가자지구 주민들에게는 부상자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가족이나 지인, 친척이었을 것이기에 그 때의 충격과 분노는 감히 예상하기도 어렵다. 

귀환을 위한 대행진에 참여한 사람들 / The Palestinian Information Center

 

하마스와 파타에 대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생각

2023년 9월에 있었던 팔레스타인 정책조사연구센터(Palestinian Center for Policy and Survey Research)의 여론조사(2023년 9월 6~9일, 127개 장소, 1270명 팔레스타인 성인 대면 인터뷰, 오차 범위 +/-3%)에 따르면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PA)에 대해 응답자 중 87%가 부패했고 하마스에 대해 72%가 부패했다고 응답했다. 팔레스타인을 대표하는 자격에 대해서는 27%만이 하마스의 대표성을 인정했고 파타는 24%에 불과했다. 하마스와 파타 모두 대표 자격이 없다는 응답은 42%였다. 또한 새로운 의회 선거를 개최한다면 응답자 중 36%가 파타를 지지하고 34%가 하마스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전체 응답자 중 2/3가 현재 상황이 오슬로 협정 이전보다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여론조사기관인 아랍 바로미터의 여론조사(2023년 9월 28일~10월 8일, 가자 399명, 서안 790명 인터뷰)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67%가 하마스 정부를 신뢰하지 않고 72%가 하마스 정부는 부패했다고 응답했다. 78%의 응답자는 식량문제가 가장 심각한 문제이고 그 원인에 대해 31%는 하마스 정부의 관리 잘못이라고 응답했다. 정당 선호도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27%만이 하마스를 택했다. 이는 2021년 조사에서의 지지율(34%)보다 7% 하락한 수치이다. 또한 응답자 중 73%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선호했고, 58%가 2국가 해결안을 지지했다. 

비단 이 2개의 최신 여론조사 결과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에 매년 방문하여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면 압도적인 비율로 현재 지배 정당인 파타와 하마스에 대한 신뢰도가 낮으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두 정당은 부패했고 독재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렇듯 낮은 신뢰와 지지도에도 불구하고 하마스와 파타가 건재한 이유는 역설적으로 이스라엘과 미국 때문이다.  

 

신규 무장세력 등장과 이스라엘의 대응

팔레스타인 통치세력인 파타와 하마스의 부정부패와 독재로 인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자신을 대표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 정치 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지만, 이 역시도 이스라엘의 군사 점령 하에서는 용이치 않다. 반복적인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과 서안지구 공격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일상에서의 사회적 경제적 이슈보다는 군사 점령으로부터 생존권을 확보하고 이를 위한 무장 투쟁 방식의 해결책을 우선 고민하게 했다. 그 결과로 서안지구 나블루스와 제닌 지역에 신흥 무장 조직들이 탄생하게 되고, 파타와 하마스에 실망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이들에게 열광하게 된다. 

또한 네타냐후 총리는 2022년 12월 극우파 종교적 시온주의자당과 초정통파 사스당,  통합토라유대당과 연합정부를 구성하면서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정부를 구성했다. 그동안의 정치적 수사에 불과했던 2국가 체제마저 던져버리고, 팔레스타인에 유대 민족국가를 건설하겠다는 목표하에 서안지구 유대인 정착촌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네타냐후의 집권 이후 이스라엘군은 신흥 무장 조직들을 테러리스트라 명명하고 나블루스와 제닌 캠프를 지속적으로 공격했다. 2023년 2월 이스라엘은 서안지구 나블루스를 공격하여 최소 11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고 80명이 부상 당했다. 이중 6명이 신흥 무장 조직 ‘라이온스 덴’의 조직원이라고 이스라엘군은 발표했다. 또한 2023년 7월 인구 1만 8천 명 규모의 제닌 난민캠프에 지상군 1000명을 투입하는 대대적인 군사작전을 수행했다. 이는 서안지구에서 20년 만에 발생한 최대 규모의 군사작전으로 팔레스타인 측 12명이 사망했다. 캠프 전체 인구의 1/3이 대피해야만 했다. 

 

팔레스타인 주민 시선으로 바라본 이스라엘-하마스 갈등

앞서 언급한 주요한 사건 외에도 이스라엘 점령 폭력과 저항 투쟁, 테러와 전쟁범죄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오슬로 협정 이후 수립된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와 하마스는 주민들의 신뢰와 지지를 상실했고, 이스라엘의 군사점령 정책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기본권을 지속적으로 박탈했다. 특히 2008년 이후 반복되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은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공포와 절망을 심어주었고, 2021년부터 가중된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공격과 정착촌 확산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증오와 분노를 안겨주었다. 

이러한 현실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바라보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갈등은 이중적일 수밖에 없다. 압도적인 군사력을 바탕으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영토에서 몰아내는데 혈안이 된 이스라엘이라는 존재와, 팔레스타인 주민의 민생과 인권은 아랑곳하지 않지만 이스라엘에게만큼은 지속적으로 무장저항하는 하마스와의 대결인 것이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습하면 사람들은 하마스를 환호할 수밖에 없고 하마스의 극단성과 선명성이 더욱 부각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를 위한 해결방안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무력공격으로 매일 수백 명 씩 민간인들이 죽어나가며 그 사망자 중 절반 이상이 여성과 아동이다. 이미 이스라엘에도 민간인 1,400명이 사망했고 팔레스타인 사망자 역시 1만 명을 돌파했다(11월 7일 발표). 이스라엘과 미국은 계속 하마스의 테러와 민간인 인질 납치를 반복 강조하며 가자지구에서의 군사작전을 정당화하고 있다. 명백한 것은 지금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은 단순히 하마스 제거를 넘어서 팔레스타인 전체 주민에 대한 집단처벌(Collective Punishment)과 전쟁범죄를 자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전기와 물, 생필품, 의료품을 모두 차단한 상태에서 군사작전을 개시했고 서안지구에서는 시위자에 대한 발포, 무차별적 체포, 도시 봉쇄를 진행 중 이다. 모두 국제인도법과 국제인권법을 위반하는 행위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말한다. 이 사태는 하마스가 시작했으니 하마스가 끝날 때까지 계속되어야 한다. 하지만 만 명에 이르는 사망자들 중 60% 이상이 여성과 아동인 현시점에서 이 희생자들이 하마스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또한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를 제거한 후에 새로운 정치세력에게 가자지구를 넘긴다고 하는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각인된 분노와 증오는 하마스가 아닌 이스라엘 점령 정책이다.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제거하기 위해 함께 희생 시킨 희생자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가족이고 친구이고 친척이다. 

이번 전쟁은 처음이 아니다. 비슷한 형태로 4 차례나 반복됐다. 이번 전쟁 역시 이스라엘의 공언대로 하마스를 제거한 후에 마무리된다면 유사한 전쟁은 더 심각하게 반복될 것이다. 문제의 원인을 다시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급하게 휴전을 해야 한다. 너무 많은 이들이 희생됐고 삶의 조건이 무너졌다. 이번 전쟁으로 무고하게 사망한 모든 이들의 희생이 더 이상 무의미하지 않도록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그리고 국제사회는 평화 협상을 이뤄내야 한다. 그리고 평화 협상의 가장 핵심적인 원칙은 그동안 배제됐던 이들의 의견을 우선시하고, 모두의 존엄성과 기본권을 동등하게 보장하는 것으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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